석양을 바라보며
어미 소 제 아들 긴 혀로 핥듯 붉은 침 사방으로 튀기며
고원의 거친 바위덩이들 사이로 추락하는 저녁 해는
양떼 몰아 길 재촉하는 목동의 숨 가쁜 그림자
무엇이 급해 저리도 서둘러 달음박질하나
떨어지는 제 무게조차 감당하지 못해
그저 아래로만 추락하는 것일까
제 인생 무게조차 버거워 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인 걸
저녁놀에 속아 지는 꽃에 잠시 취해보니
두 어깨에 걸린 세월의 흔적은
휘영청 달빛 무리로 거듭난다
여보게,
혼자 가는 나그네 길처럼 너무 그리 재촉하지 말게나
함께 가는 내 숨이 하늘 문턱에 걸려있어
차가운 밤공기 폐부 깊숙이 빨아들여
익은 포도주 향내로 취할 때까지
그저 묵혀두세
고원의 뜨거운 열기 참깨 볶듯 우리를 열 받게 할지라도
저녁 해 달아난 칠흑의 뒤안길에서 숨 고르는
하얀 감자 꽃들의 수줍은 웃음 아래
세월은 영글어 가잖아
지는 해 뒤꽁무니 따라잡다 뱁새 가랑이 찢는 짓이랑 그만 두고
아쉬운 맘 달래가며 달아나는 세월 풀어주게나
잡으려고 덤빌수록 도망가는 놈 아닌가
자네 두 눈에 머물도록 잡아두려는 심사는 지나친 욕심
자네 영혼의 깊은 바다에 은밀히 침몰시키게나.
자네 심장의 용수철이 눌리고 튈 때마다
해는 날마다 뜨고 질 거라네
시작 노트:
언젠가 보았던 갑바도기아 고원의 석양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지는 석양이 영 아쉬워서 함께 간 사람들이 발을 동동거렸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지는 해를 눈에 담지 말고, 마음에 담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영원히 그 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시간과 사물은 잠시인데, 우리는 영원을 사모하지 못하는 걸까. 뜨고 지는 해를 누군들 붙들어 맬 수 있으랴. 그저 내 속에 담으면 되는 것을…해(세월)를 아끼려고 아무리 애써도 그것을 주관하시고 성취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해는 내 밖에 있지 않고, 내 속에 있다. 주님, 내 마음을 다스리소서. 이재화.
(2008년 5월 13일 오후 킹스웨이 센터에서-5월15일 새로 고쳐봄)
“너는 청년의 때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 (전 12: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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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인이란? 
정성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