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얼굴빛을 우리에게 비추어 주소서.
인간은 가면 속에 숨어서 삽니다. 그 가면으로 자신의 참된 모습을 하나님께 숨깁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얼굴과 얼굴로 대면하지 못합니다. 동시에 이 가면은 자신의 참 모습을 자기 자신에게 숨깁니다. 가면 쓴 자신을 참 자기로 완전히 착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남을 속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끝없이 자신을 속이고 사는 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죄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을 속이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교묘하면서도 은밀한 방식으로 자신을 속이는 것에 비하면 그들의 사기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자기를 속이는 것은 자기 자신이 속이는 장본인인 동시에 속는 대상입니다. 자기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셈입니다. 그러나 자신은 절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것처럼 자신을 철저히 속이는 것이죠. 이중적으로 자기를 기만하는 무서운 사기 행각입니다. 자기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을 속입니다. 자기가 자신에게 속고 있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자신에게 감쪽같이 속아 줍니다. 만약 자기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의식하게 된다면 죄책감으로 너무 괴롭기 때문입니다. 일말의 죄의식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이지요, 이것이 죄인의 마음 저변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심리 작용입니다. 이 마음의 어두움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바로 알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는 것은 성령의 조명이 아니고는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지요.
우리의 문제가 무엇입니까? 자신을 너무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영적 상태를 보지 못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영적으로 헐벗고 눈멀고 곤고한 것을 본다면 이렇게 태평하게 살 수는 없지요. 오호라 나는 곤곤한 자로다 하고 울부짖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모르기에 하나님을 모릅니다. 또 하나님을 모르기에 자신을 모르는 것이지요. 하나님을 아는 것과 자신을 아는 것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기만의 어두움 속에서 하나님과 자신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기기만의 어두움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편하게 섬길 하나님을 만들어냅니다. 그 하나님은 자신의 어두움을 드러내는 빛의 하나님이 아니라, 세속적 욕망을 성스러운 명분으로 포장하여 성취해주는 신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그토록 강하게 끌렸던 바알신이 이런 어두운 마음에 딱 들어맞는 신이었습니다. 지금도 교인들이 성경의 하나님을 믿는다고 립 서비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어두운 마음이 원하는 하나님은 과거 이스라엘 백성이 섬긴 바알신과 매우 흡사합니다. 자신의 죄악과 옛사람을 밝은 빛 가운데 드러내어 죽이는 십자가의 주님은 원치 않고, 세상과 죄를 따라 살아도 마음에 평안과 위로를 안겨주고 이 땅에서 번영하고 형통하게 해 줄 현대판 바알신을 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섬기는 하나님을 닮아갑니다. 우리의 모습이 어떤가는 우리가 실제 섬기는 하나님이 누구인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우리 입술의 고백보다 우리의 인격과 삶이 우리가 실제 섬기는 하나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더 밝히 알려줍니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의 많은 교인들이 입술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을 알고 섬긴다고 하지만 그들이 실제 삶에서 섬기는 하나님은 세상 신과 돈 이라는 맘몬 신이지요. 그러니 교인들이 자신이 헌신하는 하나님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세상을 더 닮아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교인들이 자기기만의 어두움 속에 갇혀 있는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복음의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조명으로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어두움 속에서 자신의 부패한 형상과 욕망을 투사해서 만든 하나님을 섬기며 그것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하나님은 우리의 가면을 벗겨주는 이가 아니라 그 가면을 더 강화합니다. 결국 그런 교인이 바라보는 하나님은 자기 어두운 내면의 우물에 비치는 자기의 얼굴이지요. 그것도 가면을 쓴 자기 얼굴입니다.
그것이 과거 유대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이 그토록 열심히 섬긴 하나님은 바로 가면 쓴 자신의 형상을 투사한 것입니다. 그들의 율법적인 생각과 가치관이 만들어낸 산물이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의 행위로 자신들의 죄악과 어두움을 위장하는 가면을 만들어내고, 그 가면을 의롭다고 인정해 줄 하나님을 고안해내 그를 열심히 섬긴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까지 동원해서 가면 쓴 자아를 더욱 강화한 것이지요. 자신들의 죄악을 드러내는 하나님의 빛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는 두꺼운 가면 속으로 숨어들어간 것입니다. 이렇게 종교가 빛을 이중적으로 가리는 철가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에게 구원의 소망은 없어집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가장 무섭게 대적하신 것이 이 종교적인 가면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외식을 그토록 신랄하게 꾸짖고 공격하신 것이지요. 그렇게 온유하시고 인자하신 주님께서 “회칠한 무덤이여, 외식하는 자들이여, 화있을진저 독사의 자식들아” 라고 욕설과 저주까지 퍼부으시면서 혹독하게 책망하셨습니다. 외식하는 자라는 말은 그 당시 무대 위에서 가면 쓴 광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경건하다고 존경받던 유대인들을 향하여 너희가 우스꽝스러운 광대 짓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엄청나게 모독적인 말이었지요. 빛으로 오신 주님이 이 빛을 이중적으로 차단하여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빛의 원수인 종교적인 가면에 대해 인정사정없이 가혹하게 대하신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들이 주님이 가장 증오하신 종교적인 가면을 쓸 때가 많습니다. 신앙인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죄가 외식이지요. 교회에서 쇼할 때가 많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신앙이 성숙하기보다 외식에 노련해집니다. 종교적인 외형은 화려합니다. 그러나 영적 본질은 결여되어있습니다. 종교의 잎사귀는 무성하나 주님이 찾으시는 열매는 희소합니다. 문제는 이 무성하고 화려한 종교적 잎사귀가 우리의 진정한 영적 상태를 보지 못하게 하는 가면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잎사귀의 수려함을 열매로 착각하고 참 열매 없음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 전반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 얼굴에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고 수치로 가득한 것을 보지 못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통한해하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떠났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어두워졌습니다.
새 언약의 일꾼인 복음의 증인들이 누리는 영광의 탁월함은 그리스도 얼굴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그 영광을 반영하는 빛나는 얼굴을 가진 이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고후3:18절에서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고 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대면하고 나왔을 때 그의 얼굴에 광채가 났던 것처럼, 우리가 더 탁월한 주님의 영광을 접하고 나오면 우리 얼굴이 빛나게 됩니다. 모세는 그 빛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수건을 썼습니다. 그 율법의 빛은 서서히 도태될 것이고 보는 이들을 정죄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빛을 본 우리는 모세처럼 우리 얼굴에 반사하는 빛을 수건으로 가리지 않습니다. 그 빛은 사라지기보다 점점 더 빛나기 때문이며 사람들을 생명으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서 이 빛을 보기 원합니다. 우리 얼굴에 이 영광의 빛이 회복할 때 한국교회는 다시 부흥할 것입니다. 주여 우리의 죄악으로 우리 얼굴에 복음의 영광이 떠나가게 한 것을 용서하시고, 다시 한 번 주의 얼굴빛을 우리에게 비추사 우리를 돌이켜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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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모험< 도지원 목사, 예수비전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