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미래에 짓눌려 있다.’ 최근 미국의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통시적으로 역사를 펼쳐 놓고 볼 때, 지금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짙은 역사적 안개 속에 노출되어 있다. 실로 오리무중이다. 한국 교회는 바로 이러한 정황 속에서 민족과 열방 앞에 미래를 향한 빛을 비추고 길을 열어야 한다. 미래의 빗장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일까?
첫째, 오늘에 대한 자기비판과 자기진단 없이는 어떠한 미래의 전망과 준비도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오늘을 분석하고 진단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과연 이대로 좋은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무엇인가, 목회 현장 속에 우선순위가 전도된 것은 없는가, 우리 각자는 하나님 앞에 순결한가, 목사들은 기독교 속의 ‘무당끼’를 그대로 묵인하고 악용할 것인가?”
이에 대한 진단이 끝나면 잘못된 부분에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이 명심해야 할 둘째 요소다. 대가 지불의 의지가 없는 평가나 자기진단은 언어유희요 사상유희다. 하나님은 완전한 사람과 공동체를 쓰시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에 대해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 사람들이나 공동체를 쓰신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너무나 단정적인 미래 계획은 하나님 앞에 도리어 교만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허황된 내용들을 열거해 ‘믿음’이라고 덮어 씌우지 말 일이다. 진정한 비전과 믿음은 주 안에서 겸손히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감당하는 것이다. 과시적이고 전시적인 내용이 없는지 정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큰 일, 큰 종, 큰 교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하나님의 일은 대개 의도하고 모색해서 되는 것이라기보다 떠밀려 성취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하나님의 순전한 능력이 역사하시기에 오늘의 교회는 너무나 자기 능력이 충만하지 않은가! 진정한 영성이란 계속하여 자기를 비우고 예수로 충만해지는 것임을 명심하자.
넷째, 미래 준비는 당장 눈에 보이는 ‘일’과 ‘업적’보다 ‘사람’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관심은 결코 물량의 과소에 있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사람’에게 있다. 21세기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실린 여러 종류의 국내외 서적들을 참고해 보면 대개 긍정과 부정적 전망으로 나뉜다. 긍정적인 전망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우수한 인적 자원에 근거한다. 부정적 전망 역시 부패한 관료 등이 이유로 대두된다. 공통점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민족과 열방을 위해 ‘긍정을 위한 사람들’을 길러내는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사람이 미래를 위한 교회의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교회와 목회자가 미래를 여는 역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듣고 배웠지만 이는 유감스럽게도 버려야 할 사고다. 과정에 대한 미학이 분명히 가르쳐지고 존중될 때 한국 교회에 미래는 있다. 예수님이 죄인이 된 육신의 몸을 입고 이 땅에 태어나는 성육신이란 과정을 겪으신 것도 그 ‘과정’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와 목회자는 그 과정을 목숨과 같이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교회는 “이 돌들을 명하여 떡이 되게 하라”는 사탄의 달콤한 속삭임 앞에서 주님의 원리와 방법으로 용기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날 잘 하였던 과거는 겸손히 유지하여 지키고, 잘못된 것들에 대해선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거듭날 때 하나님이 영광받으시는 미래가 민족과 열방 앞에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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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제안 (정창균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