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은 구약의 신학적, 역사적, 문화적 바탕 위에서 만들어 졌으며 구약
적 이해가 없이는 신약의 다양한 진리의 실체를 다 파악할 수 없다. “은혜
와 율법”이라는 주제를 구약을 배경으로 살펴 보자. 특별히 ‘언약’의 개
념에서 이 문제를 풀어 보자.
1. 언약의 신약 단어(diatheikei)는 철저히 구약 단어(berith)를 의존해서
설명하고 이해해야 된다. berith는 인격 당사자간의 공적 관계를 법적으로
맺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여호와 하나님과 (영적)이스라엘이라는 인격 당사
자간에 여호와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보
배로운 자’, 출19:5)이 되는 것을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변할 수 없는 법적으로 채결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법은 언약의 양 당사자가 맺은 언약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
어진 것이다. 즉, 언약관계에 계속해서 머물기 위해 이스라엘이 여호와 하
나님이 베푸신 은혜에 보답하는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규정한 것이
다. 그러므로 법은 법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약을 유
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런 의미에서 성경의 법은 언약법이다. 하나님께서
그 은혜와 사랑으로 그 많은 백성과 사람들 중에서 오직 이스라엘을 언약
당사자로 택하시고 부르셨다. 은혜로 이루어진 언약을 이스라엘 편에서 어
떻게 능동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을 언약의 당사자인 여호와 하나님
편에서 알려 주신 또 하나의 은혜의 방편이 바로 율법(torah)이다.
2. 언약은 법적이기 때문에 역사적이다. 즉, 명확한 역사적 상황(시간과 장
소) 속에서 일어 난다. 언약의 역사적 성격은 발전과 점진성을 가진다. 예
레미야 31장의 ‘새 언약’은 법의 존재 양식이 달라진 것을 보여 준다. 전
에는 돌판에 기록되었는데 이제는 사람의 마음에 기록되었고 하나님의 영
이 각 사람들 속에 임하여 그것을 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겔36,7
장). 이제 언약법은 철저한 자발성으로 성취된다. 이제 하나님께서 예수를
통하여 이루시는 나라는 언약법을 마음으로 지켜내는 나라다. 하나님의 은
혜에 감격하여 자신을 하나님께 능동적으로 헌신적으로 드린다. “생명주시
는 성령이라는 법”을 따라서 행동한다(롬8:2).
3. 언약과 하나님 나라와의 관계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께서 이 땅 위에서 이루시기 원하시는 궁극적인 목
적이요, 언약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합법적이고 역사적인 수단이다. 그
언약을 유지하는 방편이 언약법이다.
4. 언약에서의 중보자 그리스도의 사역의 의미
새 언약에서 그리스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중보자는 언약의 두 당사자
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구약에서 이 중보자는 대제사장이었고 그의 역할
은 언약을 회복,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즉, 깨어진 언약을 회복시키기
위해 제사를 드리는 것이다. 언약은 생명을 걸고 서약하므로 사람 생명 대
신에 동물을 죽이도록 한 것이 제사이다. 동물의 피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
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모든 인간들의 모든 죄를 덮을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
할 뿐이다.
구약의 대제사장들은 그리스도의 사역의 상징이다. 물론 옛 언약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계시의 경
륜에 따라 하나님의 지시를 행했을 뿐이고, 하나님은 그 행동을 그리스도에
게서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적용하신 것이다. 그래서 옛 언약
에 살던 사람이나 새 언약에 사는 사람이나 동일하게 그리스도의 중보 사역
을 통해 계속해서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약에서 인격체가 당사자 둘과 중보자를 합쳐 셋 이라
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언약의 중보자가 되신다고 할 때, 그리스도께서
언약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하시고 우리는 할 일이 없다는 의미로 생각하
기 쉽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언약의 중보자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완전하
게 행하셨지만 언약의 두 당사자는 언약의 행동을 하는 능동적 주체로 늘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이 영원하고 완전하기에 언약의 다
른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행동은 언약의 다른 주체로서 여전히 중요하게 남
아 있는 것이다.
5. 율법의 완성으로서의 그리스도의 義와 그리스도인의 義의 완성
율법은 언약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서의 법, 즉 언약법이다. 그리스
도께서 율법의 완성이 되셨다는 의미는 대제사장으로서 중보 사역을 완성하
셨다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깨어진 언약 관계를 회복하시기 위해
(화평케 하시기 위해) 친히 십자가에서 피 흘리셨다. 그리고 그 언약 관계
의 유지,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중보사역을 행하신다. 하나님 보좌 우편에
서 우리를 위해 친히 간구하신다. 우리를 이끄신다.
증거막(성막)의 구조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자. 언약의 한 당사자인 이스라
엘이 언약의 다른 당사자인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하여 언약의 증거막
가장 깊은 곳까지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하나는 증
거막 뜰을 통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성소를 통과하는 것이다. 증거막 뜰에
놓인 번제단과 물두멍을 통과하는 것이 첫번째 과정이다. 이는 깨어진 언약
관계의 회복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중보 사역으로
성취되었다. 번제단에서 근본적인 속죄를 이루고 난 뒤, 물두멍을 통해서
손과 발을 씻는 예식을 행해야 했는데 이것의 완성이 그리스도안에서 이루
어 졌다. 이 과정 없이는 지성소 뿐 아니라 성소에도 들어갈 수 없다.
문제는 성소와 그 안에 있는 것들의 의미이다. 성소에 있는 진설병, 포도
주, 금등대는 철저히 언약의 한 당사자인 이스라엘 편에서의 준비를 나타낸
다. 12지파 언약공동체인 이스라엘이 열심 있는 노력으로 12개의 얼굴의 떡
(진설병)을 첫 추수로 드릴 뿐 아니라 마지막 추수로서 그 동안 열심히 마
련한 포도주도 드린다. 맞은 편에 놓인 금 등대는 (영적) 이스라엘의 생명
을 상징한다. 다만 대 제사장은 이를 배열할 뿐이다.
증거막은 언약을 증거하는 막이다. 번제단과 물두멍을 통한 그리스도의 완
전한 속죄사역의 적용을 통하여 우리는 정결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성
소에 들어 갈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영적)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義인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완전한 중보 사역을 우리는 감사하고 감격한다. 그
렇다면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언약의 당사자인 우리의 완전한 헌신, 감사
와 충성, 인내와 헌신을 다짐하고 격려하여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은 너무
나 소중하고 당연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와의 진정한 언약관계
를 적극적으로 완전하게 이루셔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실 것이기 때
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번제단과 물두멍을 마련하심으로 언약법의 완성이 되신
것처럼, 우리도 진설병과 포도주를 드리며 금등대로 우리의 생명을 환하게
비추어 그 노력이 완성될 날을 언약의 다른 당사자이신 여호와 하나님은 기
대하신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열심으로 우리를 격려하시며 설득하시는 분
으로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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