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사울)은 누구인가?
1. 다소(Tarsus)출신의 로마 시민권자로서의 바울
바울은 로마제국 내의 길리기아(cilicia) 지역의 수도인 그리이스 도시 다
소에서 다소와 로마의 양 시민권자로 출생하였다. “나는 유대인이라 소읍
이 아닌 길리기아 다소성의 시민이다”(행 21:39). “너희가 로마 사람된
자를 죄도 정하지 않고 채찍질 할 수 있느냐?”(행 23:25). “나는 나면서
부터 로마 시민권자이다”(행 23:28).
바울의 가정은 다소에서 상당한 재력과 명성을 가진 유대인 가문이었다
(cf. 행 18:3; 고전 4:12; 고후 11:27). 바울이 그리이스어를 자유롭게 구
사한 것은 적어도 바울이 다소에서 어린 시절을 유대인 회당에서 그리이스
어에 의한 초등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청소년 시절 예루살렘에 유학 와
서 생활하는 동안에도 이미 바울 당대에 예루살렘 거주민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그리이스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공동체에서 성장하고 활동한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2. 히브리인과 바리새인으로서의 사울
“나는 유대인으로 길리기아 다소에서 났고 이 성(예루살렘)에서 자라 가
말리엘 문하에서 엄한 교육을 받았다”(행 22:3). “내가 팔일 만에 할례
를 받고 이스라엘 족속이요 베냐민의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다”(빌 3:5).
팔일 만에 할례를 받았다는 것과 바울을 예루살렘으로 유학 보낸 것은 바
울의 부모가 그리이스 도시 다소에 살았지만 유대 전통을 철저히 고수하는
보수적인 유대인임을 보여 준다. 바울이 히브리인 중에 히브리인이라고 고
백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가정과 회당에서 유대 언어와 종교와 문화를 배
워 순수한 유대인으로 자라났다는 것을 말한다. 베냐민 지파 출신이라는 것
은 사울의 가문이 개종자의 후예가 아니라 왕족이며, 유다 지파를 끝까지
지원한 명문 가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별히 사도 바울은 자신을 “바리새인”으로 소개한다. 예수님 당시 유
대 사회에서 ‘바리새파’는 “사두개파’, ‘에센파’ 와 함께 가장 영향
력을 가진 집단이다. 사두개파가 주로 당시 소수의 정치, 종교 지배층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에센파는 쿰란과 예루살렘 지역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비현
실적인 종말론과 함께 일반 백성들로부터 격리되어 있었음에 비해 바리새파
는 유대 종교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일종의 대중적인 종교-사회적 성
격을 가지고 있어 일반 백성들에게 가장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들
은 스스로 ‘언약의 형제들’이라고 칭하면서 ‘모세오경’과 ‘장로들의
유전’(마15:1-9; 막 7:1-13; 빌 3:5,6; 갈 1:13,14)을 유대 종교와 민족
의 정체성을 지키는 근간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철저히 준수하려고 노력했
을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바리새인이 된다
고 하는 것은 유대인 종교 사회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요, 유대 민족 중에
서 엘리트가 되는 것이었다.
바울은 바리새인이 되기 위해 지상에서 가장 거룩하며 율법 공부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불리워지는 예루살렘에서 당대 가장 유명한 바리새파 랍비
인 가말리엘 1세의 문하생이 되어 정규적인 율법 공부를 하였다. 바울은 친
히 자신이 “내가 내 백성 동년배 중에서 누구보다도 유대교(Judaism)에 앞
선 진보를 보였다”(갈 1:14)고 증언하고 있다.
3. 기독교 박해자 사울과 그의 회심
바울은 초창기 기독교 박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빌 3:6; 고전
15:9; 갈 1:13ff., 23; 행 8:3; 22:9; 22:4; 26:10; 9:1). 누가는 스데반
순교시 사울을 “스데반을 돌로 쳐서 죽이는 사람들의 옷을 지켜주는 청
년”(행 7:58/ 22:20)으로 말하는데 사울은 이미 정규적인 바리새파 랍비
교육을 거의 끝내고 유대교 회당에서 율법을 가르치는 교사의 위치에서 예
루살렘 헬라계 유대인 공동체에서 젊은 엘리트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역시
같은 헬라계 공동체에서 기독교 운동 전파에 매진하고 있는 스데반과 대립
하였을 가능성은 크다.
사울은 무슨 이유와 동기로 스데반을 중심한 헬라계 유대인 그리스도인들
을 박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는가? 바울은 유대교의 핵심인 율법에
지나친 “열심”을 가지고 있었다(갈 1:14). “열심”은 제사장 아론의 손
자 비느하스가 하나님에 대한 열심 때문에 이방여인과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이스라엘 남자를 창으로 찔러 죽인(민 25:6-13, cf. 갈 1:13,22ff.; 행
9:21) 종교적인 열심을 말한다. 바울은 스데반을 중심한 헬라계 유대인 그
리스도인들이 유대 민족의 신앙과 생활의 중심지요 근거인 성전과 율법을
무시하고 그 권위에 도전(cf. 행 6:13)한다고 보고 강한 분노를 느꼈다. 예
수께서 예루살렘 성전 파멸을 예고하셨을 때 당시 유대 정치 종교 지도자들
이 분노하여 이를 예수 처형의 근거로 삼았던 것처럼(막14:58; 마27:40; 요
2:19), 신앙적 동기에서 외지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유대교 보전에 열심
인 바리새파는 성전과 율법을 비판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이미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백성들을 미혹하고 유대교를 미혹
했기에 십자가에 처형시킨 나사렛 예수를 유대인들이 민족적으로 기다리는
메시야로, 하나님의 아들로, 주님으로 고백하고 전파하는 것을 알았을 때
더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바울은 예루살렘에 있는 헬라계 유대인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핍박
하여 부셔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다메섹으로 도망간 그리스도인들을 붙잡
아 오기 위하여 예루살렘 대제사장으로부터 공문을 받아 다메섹으로 내려
가다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서 그의 삶과 생각과 사상을 근본적으로 전
환(회복)하게 되었다. 바울이 거짓된 메시야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십자
가 처형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예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직접 그에게
나타나신 것이다(cf. 고전 15:5-12).
지금까지 바울과 자기 동족에게 배척과 걸림돌이 되어 왔던 것이 오히려
이제는 그 자신과 모든 유대 민족을 새롭게 하는 근원으로 자리잡게 되었
다. 율법에 의한 의를 추구하는 자신의 바리새파 신학이 산산히 부서지고
예수 그리스도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를 추구하는 십자가의 신학이 바울
을 이끌어 가게 된다(빌 3:7-9, 고후 4:6). 바울은 이 다메섹 사건에서 부
활하신 주님으로부터 직접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고 이전에 그토록 잔
해하던 그 복음, 그리스도안에서 유대인이나 이방인 할 것 없이 모든 자를
구원하시기 원하는 하나님의 복되고 은혜로운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위임받
았다(행26:9-18).
* 바울의 사도권은 왜 중요한가?
예수께서 사도들을 택한 것은 “그의 권위 있는 대리자로 활동하게 하고
그들을 통하여 그의 교회의 기초를 놓기 위함”이다. 바울의 사도 의식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를 만난 사건”에 의해서 본질적으로 결정된 것이
다.
사도권과 케리그마는 신약 성경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사도
권의 독특성은 ‘복음 전파’가 아니라 교회에서 ‘권위’를 시행하는 것
과 관련 있다. 바울은 그의 사역이 예수의 권위로 옷 입은 것을 믿었다. 바
울은 데살로니가 교회에 ‘명령’하고 있으며(살후 3:4,6), 고린도 교회의
반역적인 그룹에 대해서 더 강력하게 말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고후 10:8;
13:10; cf. 고전 4:21; 5:3ff.).
사도 바울은 자신을 모범으로 제시하고 자신을 닮으라고 말한다(고전
4:15ff.; 11:1; 살전 1:6). 바울은 그의 서신을 받은 교회들이 도덕적인 결
단을 내리는데 자신의 편지를 규범으로 삼기를 원했으며, 그의 편지들이 거
짓 복음에 대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다(갈 1:6-12; 고후
11:4ff.).
바울은 그의 편지들이 교회의 공적인 예배에서 읽혀지기를 바랬고(살전
5:2) 또한 이 편지들이 교회들 사이에서 돌려 읽혀질 것을 기대했다(골
4:16;cf. 고전 7:40; 고전 14:37).
바울은 자신이 다시 사신 주님의 권위와 그의 이름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
을 명심하고 있다(살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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