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어느 글에선가 이야기했었는데 말이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라'
이건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해오는 말이지만
한 가정의 주부로 만족하게 살아가고 싶은 나 자신에게 늘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또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혜은이가 갓 두 돌이 되었을때 부터는 잘 안아주지를 못했습니다.
그 때 벌써 기어다는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죠.
추운 겨울에도 혜은이는 동생이 타고 있는 유모차 옆을 그저 걸어가야 했습니다.
걷는 거리가 좀 멀어지면 몇 번이고 '엄마, 안아줘요.'하고는
그 큰 눈이 슬픈 사슴의 눈처럼 되어 간절하게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동생이 너무 어리니까 할 수 없다는 말이 어린 혜은이가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기발한 생각을 해 냈죠.
'혜은아, 너무 추우면 말이지.. 음... 하나도 안 춥다고 생각해봐'
기가막히죠? --;
이런 류의 말을 처음 시작했을때 저 자신도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갓 3살이 된 아이가 이런 엄청난 철학적 사고를 요하는 말을 받아들이기엔 어려웠죠
그 후로 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모든일에 반대로 생각하는 것을 입력시키기 시작했죠.
쨘~~~ 그 후로 4-5년이 흐른 지금 !!
3년간의 방콕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온 그 해 겨울.
정말 춥더군요. 겨울바람이 그렇게 매서운지 몰랐습니다.
유치원을 다녀오면서 혜경이가 '엄마, 추워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바로 '그 말'을 또 해주려고 한 순간!!
혜은이가 먼저 하는 말이 '혜경아, 언니처럼 가슴을 펴고 안 춥다 생각해봐'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팔짝팔짝 뛰어가며 하는 말이 '와,, 더워, 와,, 더워,'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상기후로 쌀쌀한 날이 많았던 올 여름.
수영을 마치고 나온 어느 날 ,
바람이 많이 불어 온통 아이들이 사시나무 떨듯 집으로 가고 있는데
유독 어떤 아이 하나가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아이구,, 더워라.. 아이구,, 더워라..'
이러더군요. 같이 가던 엄마들 모두 '참 내, 저 혜은이가 어느 집 딸인지 원.' 그러더군요
마지막 이야기 , 오늘 아침.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혜은이는 아토피 피부염이 얼굴에만 있습니다.
요즘엔 뾰루지 나는 것처럼 얼굴에 빨간 꽃이 피었었습니다.
전 걱정을 했죠. 요즘은 혜은이 나이 여자 아이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거든요.
저거 다 없어질때 까지는 꽤나 짜증 좀 내겠군.
웬걸. 몇 번 거울보고는 찌푸려 보고 펴 보고 하기를 며칠.
드디어 오늘 아침 거울을 보더니,
'엄마, 꽃들이 내 얼굴에서 파티를 하나봐요. 아토피야 , 없어져라 이렇게요.'
눈물이 날 정도로 혜은이에게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속상하겠지만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혜은이가 정말 예뻤습니다.
지독히 힘든 일이 많은 요즘, 몸도 마음도 뭔가 어수선하고 힘들지만..
오늘 아침 혜은이에게 배운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도 엄마들과 이야기 할 문제도 많고 하지만.....
어제보다는 마음이 훨씬 가벼워 진 것 같습니다.
맘대로 안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부딪혀야 겠습니다.
늘 족한 은혜로 채워주시니 감사하고
아픔뒤엔 분명히 , 결단코, 성장과 감사가 있을것이니 또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현실은 탓하기 전에
나의 부족한 모습들, 끊임없는 욕심들을 돌아보아야 겠다는 ,
하나님께 넘치는 축복과 은혜을 받았던 여호사밧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길고 긴 아줌마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
모든 것을 가지려면 다 버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