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이었나 봅니다.
어둠이 잔잔히 내려앉은 어느 겨울 밤,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뿌연 가로등 불빛에 잔뜩 움츠리고 서 있던 앙상한 나무가지 위로
보송보송한 눈발이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눈송이들은 캄캄했던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다같이 한 번 상상해 볼까요?
한 폭의 그림같은 정말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스쳐가는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
눈 오는 밤 거리의 풍경 하나에 마음가득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나 자신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간직하기 시작한 마음의 작은 소원하나가 있습니다.
' 내가 아주 오래오래 살아 나이 많은 할머니가 되어도
흩날리는 눈발 하나에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을 갖자'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살면 살수록 험악져가는 세상을 느끼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기도 하지만
내 맘속엔 여전히 순수함이 남아 나를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작은 것까지도 움켜잡을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설립예배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두렵고 떨립니다.
준비하는 목사님을 지켜보며 또 도우며 나름대로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며
힘들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고 좌절하기도 했고 들떠있기도 했습니다.
계획이 많아지면서 욕심도 많아지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것들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움켜쥐고 있던 손을 펴고 무릎을 꿇고 무언가 말씀하실 주님의 품에 기대어야 겠습니다.
너무 힘들면 ..... 주님의 다리를 베고 누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하나님은 나에게 늘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생각하며 기도해주는 믿음의 동역자들에게 감사 또 감사하고
말없이 교회를 지키며 교회일을 자기일처럼 생각하고 애써주는 남은 가족들에게
말할수 없는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남은교회가 10주년이 되고 20주년이 되어도 지금과 같은 순수함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난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남은 가족 모두를 ,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들을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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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교회 설립예배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