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레비전 드라마나 연예프로를 보노라면 자연적으로 눈길을 돌려버릴 때가 많아집니다. 연예인이나 모델들의 생김새가 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같이 너무 획일적이여서 지루하기도 하거니와 어떤 경우는 성형한 것이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년 여성 연기자들의 대부분이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시술을 하고 나와 연기를 할 때는 외모를 중시해야하는 직업이란 것을 이해하면서도 좋은 연기가 얼굴 때문에 가려지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자꾸 손을 대어 원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어버릴 정도가 되면 그 존재감과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인데 사람의 얼굴 또한 다르지 않다고 보입니다. 원형이 사라져 버린 것으로부터는 부자연스러움과 거부감을 느끼게 될 뿐입니다.
요즘은 ‘힐링’을 부르짖는 시대인데, 많은 ‘힐링 프로그램’들이 갖는 공통점을 보자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생기는 병이 현대인의 병이기에 단순함과 만날 때, 어느 정도의 ‘힐링효과’ 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도 단순하게, 마음도 단순하게, 삶의 방식도 단순하게 먹는 것을 비롯하여 주변 환경도 단순하게 하면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교제하며, 즐겁게 지내고 인생에 덕이 되는 좋은 말씀을 묵상한다면 힐링의 차원을 넘어서 웰빙의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런 치유 프로그램들의 기본원칙입니다. ‘병은 복잡함에서 오고, 치료는 단순함에서 온다.’ 는 말이 이제는 낯선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요즘 매주 월요일마다 참여하는 공부 중에 사람의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기독교적 원리로 여러 권의 저서를 쓴 정신과 선생님과 함께 하는 공부인데, 이 분이 쓴 책 중에 ‘마음의 길’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가는 길이 있다.’ 는 겁니다. 불교적인 느낌이 나는 제목인데 원래 제목은 이 글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적 정신세계를 비추어 보자는 의미에서 ‘마음의 구리거울’이라 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정확한 표현이 낫다고 여겨서 ‘마음의 길’ 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세상을 살면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든 다 처리해야 살게 되는데 진짜 해결을 하기 보다는 잊어버리거나 마음에 묻어두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게라도 처리하지 않고서는 고민을 하느라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처리에 사용되는 인간심리를 ‘방어기재’라고 하는데, 이 방어기재들에 의해 그 인생의 힘든 체험과 사건, 기억들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묶여 있게 됩니다(이 책에서는 무의식이라 하지 않고, ‘닫힌의식’ 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그러니까 해결된 것이라기보다는 미룬 것이고, 잊어버린 채로 산다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상황이 되면 이런 무의식 속에 가두어져 있던 부정적인 기억과 사건들이 튀어나와서 자신의 인생을 왜곡시키고, 비정상적인 반응을 하게 만들기에 사실은 문제를 키우고 있는 셈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내 인생이 내가 의도하고, 의식하지 않았던 쪽으로 흘러간다고 여겨질 때는 이 무의식(닫힌)의 세계를 열어 들여다보고, 그 무의식의 세계에 나 있는 길들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겪는 현실의 많은 문제들은 자기 과거의 역사가 마음 속에 만든 길을 따라 내려가서 무의식의 세계 속에 숨어 버렸기에 생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뭘 자꾸 더함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내 마음 속 숨어 있는 마음의 길들을 찾아가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자면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인의 복잡한 삶으로부터 좀 떠나서 이런 종류의 책 몇 권을 들고, 마음의 길을 여행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을이고 하니 딱 좋은 시간 아닐까요? 그러나 가장 단순하게 마음의 길을 보는 방법은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 앞에 나를 비춰 보는 것입니다. 성경말씀이 ‘힐링’을 넘어 ‘웰빙’케 하시는 은혜가 기대 되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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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닭 (이태진)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