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기류 맴돌고
된서리 대지를 하얗게 덮은 새벽녘
쟁쟁하며 날카로운 울림이 산골을 가른다.
풀숲에 숨어 자던 노루가 산 속의 울림에 귀를 쫑끗 세우고
구슬같은 동그란 눈동자 속에서 동쪽 산위의 태양빛이 떠오른다.
한 낮 일용할 양식으로 치부될 한 미물의 울림이 온 산을 깨운다.
화려한 오색의 깃털로 장식한 장 닭의 기고만장한 울림~!
“꼬끼오~”
어두움의 끝자락과 밝음의 출발이 장 닭의 울림 속에서
거세게 충돌을 한다.
어두움과 빛의 충돌로 발광하는 불꽃이 장 닭의 눈동자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 날의 출발을 알리는 하늘의 뜻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은 듯
더욱 힘찬 날개짓으로 홰치며 먼지를 일으킨다.
장수가 칼을 들어 진격을 외치듯
횃대에 올라선 장 닭의 굵은 울림이
반쯤 감겨진 나의 눈에 힘을 주게 한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외친다.
만날 수 없는 어제도 아니요
살아 본 내일도 아닌, 누구에게나 공평한 새 날이 하늘에서
빛으로 내려 왔음이...
오장육부의 기운을 모은 장 닭의 울림이 메아리되어
온 산 속을 깊숙이 찾아간다.
순간, 울림의 파고에 휠쓸러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새벽마다 장 닭의 울림을 들었을 베드로를 생각한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수치심으로 가득찬 베드로의 가슴에
장 닭의 쟁쟁한 울림이 더욱 커진다.
주님께서 나에게도 물으신다.
장 닭이 운 후에 너는 나를 부인하는 오늘 하루를 살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의 주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하루를
살 것인지 물으신다.
쟁쟁하고 날카로운 울림이 새벽녘
나의 가슴을 울리며 지나간다.
2012년 11월 20일
새벽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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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