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잡담과 놀이 속에 어울려 있는 이방인과 같은 목사~ 내심 불편한 맘... 한편으로는 호기심 반... 그러나 하는 짓이 밉지 않고 아들같고 동네 청년같은 친근함이 있어 보였는지 경계심을 풀고 친근함의 표시로 소주잔을 내밀며 '참이슬'을 한잔 가득 따라 주십니다. 생명수처럼 깨끗하다는 이슬을... 그것도 '참이슬'을^^ . 이것을 마시면 늙지 않고 아이 피부를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명약일지??^^
순간, 내민 소주잔 앞에서 머뭇하고 웃고 있는 저와 잔을 권하는 이를 향해 두 종류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고~ 그분은 목사님이여! 안돼~"
"에이~ 뭐~ ㅇㅇ절 주지 스님, ㅇㅇ어떤 신부님, ㅇㅇ집사 장로도
잘 만 마시던데~"...
"딱 한잔만 마셔~ 예수님도 포도주는 마셨다매~"
잠시, 밀고 당기는 애교 있는 실랑이 후에 음료수 한 잔을 받아들고 인사를 주고 받고 마무리가 된다.
이들에게 소주잔은 두 사람을 연결하는 악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친근함의 표시로 소주잔을 권합니다. 서로가 잔을 주고 받고 잔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서로가 친구와 이웃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잠시 후 취기가 어느 정도 올라오자, 오란한 리듬의 트로트가 들려지기 시작합니다. 저 두만강에서부터 황진이의 이름까지 부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또 올 것이 오고 말았습니다.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자~ 목사님도 노래 한곡 해봐@@"
"저는 옆에서 같이 박수 치고 있을께요~"
"술도 안먹고 노래까지 거부하면 안되지~(딸국!)"
이것까지 거부할 수도 없고... 난감함!! 무슨 노래불러야 할지 노래 제목이나 가사도 잘 떠오르지 않고^^;; 가곡이나 찬송가를 불러서 분위기를 깰 수도 없고 젊은이의 발라드 음악도 이 분위기에 흥도 나지 않고, 트로트가 이들의 몸 속에 흐르는 음감인데...
다들, 목사는 무슨 노래를 부를까 쳐다봅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노래가 고등학교 때 불렀던 '윤수일의 아파트'였다. "별 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부는 갈대 숲을 지나~...." 교회 강대상 앞에서의 마이크가 아니라 버스안의 노래방 마이크! 흔들리는 버스, 온갖 현란한 조명, 온 몸을 흔들며 손가락으로 동서남북을 찌르고 계시는 어르신들, 무슨 사이비 종교의 집회도 아니고^^...
이렇게 이웃들과 함께하는 과정에 재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웃과 하나됨의 고민... 목사의 품위만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입니다. 이들과 동떨어져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이 아니기 위해서, 왠지 불편한 이방인이 아니기 위해서 순간순간 순발력(?) 있는 지혜가 필요하곤 합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일반은총의 영역 안에서 삶의 상식과 따뜻한 사람됨의 자세가 원칙에 자리를 잡으면서 말입니다.
|
|
엄마의 희생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