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봄이 오면 칠순이 되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로한 노인이신 것이다.
평생 교편을 잡으시던 아버지가 이해찬인지 뭔지 하는 해골바가지 같이 생긴 녀석 때문에 정년을 2년 앞두시고 명예 퇴직을 하신 후 소일거리로 부모님 사시던 명일동 **** 아파트 동대표 회의 총무 감사를 하시며 그나마 바쁘게 지내셨는데...
작년 9월 우리와 살림을 합치며 빌라트로 이사를 한 후 그 일 마저 없으시니 그저 산에 다니시고 동창분들 만나 영화 보시고 운동하시고 강동 도서관에 가셔서 책 보시고 하는 것으로 소일을 하시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좀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책 한권을 옆에 끼시고 어딜 가신다. 물으니 인터넷을 배우러 다니신단다.
친구분들이 넌 이메일도 안쓰냐? 라고 하시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해 배우신단다.
얼마 후...
아버지는 손자의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시더니 뭔가를 끙끙대며 하신다.
그 다음 날,
사무실에 출근해 메일을 검색하니 아버지가 보내신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드디어 너에게 메일이라는 것을 보낸다.
사업 잘하고 하나님 잘 섬기는 아들이 되길 바란다. 메일 잘 받았으면 답장다오.
아버지."
메일을 본 순간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참으로 가슴 뭉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11시에 집으로 전화가 왔다. 아버지 동창분이셨다.
"자냐?"
"아니, 너 임마 몇신데 전화냐?"
"자기 전에 메일 열어봐라."
"알았다."
아버지는 나와 함께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검색하셨다. 아까 전화하신 친구분의 메일이 있었다.
그 내용은,
"잘자라, 좋은 꿈꾸고. 내일 거기서 만나자."
참으로 황당했다. 그냥 아까 전화로 말씀하시지. 이 무슨 노력과 에너지의 낭비인가!
더 황당한 것은... 우리 아버지...
안방으로 가셔서 전화를 거신다. 아까 그 친구분에게.
"메일 받았다. 잘알았고 답장 보냈으니 열어보고 자라. 끊는다."
아버지가 하신 답장은 바로 이것-> "그래 내일 보자, 잘자라."
우습기도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에너지 낭비이기도 하지만 요즘 우리 아버지는 컴퓨터에 푹 빠지셨다. 이젠 사진도 첨부해서 메일을 보내시기도 한다. 나머지 친구 분들도 모두 컴퓨터 붐이 불어 왕따 안당하시려고 배우러 다니신단다.
난 집에서 하기 어려운 대화나 가슴 속의 말들을 아버지와 이메일로 나누기도 하며 아버지는 미국과 캐나다에 계시는 고모들과도 이메일로 안부를 나누며 신기해하시고 즐거워 하신다.
하여간 아침에 일어나시면 새벽예배 다녀오셔서 무조건 컴퓨터 앞으로 가실 정도이니 더 이상 무얼 말하랴...
난 우리 아버지가 그 연세에도 뭔가를 배우시고 뭔가에 열중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고 그런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아버지께서 항상 건강하시길 그리하여 나에게 더 많은 메일을 보내시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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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이가 끓여 준 커피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