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 형제들은 술 문제에 대해 시험을 받게 되고, 자매들은 제사문제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제가 이 시험꺼리들을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먼저 술 문제입니
다. 이 문제에 대한 신앙적 기준을 정하지 못한 형제들의 생각이 ‘난 왜 꼭 교회에서 술 마
시는 것을 문제 삼는지 모르겠어. 이건 옳고 그른 문제라기보다 순전히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아냐? 남들도 다 마시고 사회적으로는 필요한 교제의 매개체이기도 하잖아’ 라는 입
장이라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점의 변천사에 눈을 좀 돌려보기를 권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는 술보다 담배에 관대했습니다. 술은 도를 넘게 되면 주변에 미치는 피
해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담배는 그런 외적인 피해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담배는 너도 나도 끊는 것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술은
오히려 여성과 아이들에게 까지 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담배를 끊자고 하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건강과 사회운용에 해가 된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술도 과음
하면 여전히 문제가 되고 또 운전하는 것 등 일상생활에 큰 장애가 있지만 그 피해의 측면
이 담배만큼 위협적이지 않다고 여기나 봅니다.
술과 담배에 대한 사회적 제약은 이렇게 개인과 사회의 피해정도에 따라 유동적이 됩니
다. 그러니 ‘이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거야’ 라는 현재적 기준으로 술 문제를 관대하게 받
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유동적 사회적인 기준이 내 건강과 내 행복을 결정짓는 삶의
가치로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회인도 그런데, 크리스천들이라면 사회가 그런
불확실한 정도의 기준만으로 우리의 가치판단을 혼동시키기 전에, 미리 우리가 신앙인이
란 근거에 의해 이 문제에 대한 성경적인 가치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맞아 보입니다.
그냥 ‘사회가 이런 분위기니...’ 하고 그 분위기에 그리스도의 영이 내재하는 존귀한 내 존
재를 대책 없이 맡겨 놓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로 보입니다.
술 마시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술도 음식이기에 먹을 수 있습니다. 술 마시는 사람
들이 나쁜 짓을 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됩니다. 사실이기도 하구요. 오
히려 술 안 마시면서도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 입니다. 그러나 저는 원
칙적으로 성도들은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권고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술 마시는 것
이 사회적 기준만을 갖고 사는 안 믿는 사람들의 삶이 방식이 된다면 술 안 마시는 것은 믿
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믿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은 어떤 상황 가운데서 내가 얻고 싶은 만족과 평안과
쉼을 위함입니다, 그러나 믿는 사람들은 만족과 평안과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걸 술을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내는 겁니다. 그러니 제가 말씀드리
는 술을 거절하는 이유는 술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과 태도가 지닌
가치 때문 이여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는 것이 하나님을 믿고 따르
는 우리의 삶의 동기이므로 술이 믿는 사람들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면 하지 않을 수 있어
야 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믿는 사람들이 같이 술을 마시면 겉으로는 좋게 말할
지 모르지만 일단 속으로는 무시함을 갖게 됩니다. 도리어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술을
안 마셔 주기를 원하는 이상한 심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믿지 않는 사람이나 초신자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이런 크리스천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 때문에 술 마시는 문제에
어떤 결단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미 성숙한 성도들이 모범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 추석에서의 각종 모임이 그런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물론 거부할 수 없는 순
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이 주체가 되어 분위기를 주도해 가는 것만큼은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서 날 보고 누군가가 “당신은 왜 멀쩡
한데도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지?” 라고 물어오는 행운도 잡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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