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
붉은빛으로 온 나라가 물들었다. 그것을 열정, 광기, 대리만족,
카니발니즘...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축제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아쉬움과 허탈함을 안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축구 때문에 온 국민이 똑같은 기쁨을 느꼈지만,
이제는 기쁨과 목적이 달라질 것이다. 서로 경쟁자가 될 것이다.
승리했다고 함께 기뻐할 사람도 적을 것이고, 실패했다고 슬퍼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서로에게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내밀 것이다. 퇴장 당했다고 억울해 하지 말자.
이것이 '삶의 모습'이요 '인간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금 더 몸을 낮추어서 자연의 모습을 살펴 보라. 그 곳에도
슬픈 운명이 자리잡고 있다.
“나는 자연의 섭리라고 이름 지어진 채 끝없이 반복되어지는 풍경이
너무나 괴롭다. 경이롭고 위대해 보이기보다 고통스러운 고행의 반복으로만
보여진다. 철새들의 운명이여. 일개미의 운명이여. 꿀벌들의 희생이여.
이것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슬픈 운명이다. 당신은 싸우다가 죽어갈
병정개미, 당신은 자식에게 제 몸을 뜯어 먹히는 거미. 혹은 흙이나 파먹고
살 지렁이의 운명이나 아니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모든 계절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식물들의 운명 중 하나와 닮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정작 목숨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왜 사는지 모른다'? 는 데 있다.”
<김형태 / 씨네21 354호 / 2002.5.29>
인간에게도 반복의 지겨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왜 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 왜 사는지 모르는 사람은 일상의 반복을 그냥 지겨움으로
느낄 것이다. 이보다 더한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 느림의 함정
'왜 사는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다.
그러나 이런 모순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느림'에 대한 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빠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느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느라고 엄청나게 분주하고, 느림 세미나에 가느라고 서둘러야 하며,
기업들은 느림 캐릭터 등 느림을 상품화하느라고 바쁘고, 소비자들은 그런
상품들을 사느라고 바쁘다.”
<김용석 /『깊이와 넓이 4막 16장』/ 313쪽>
느림의 전도자들이 아무리 느림을 찬양하고 전파할지라도 속지 말라.
느림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당신이 느림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소수에게 주어지는 특혜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니어링 부부는 학식과 명망으로
인한 강연 요청과 인세 수입이 있었고, 《월든》의 소로우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들의 삶에 공감하고
따르는 사람들도 이미 경제적인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선택으로
느림을 추구할 뿐이다.
느림이 유행이나 상품화 되어갈수록 느림의 의미는 사라져 버린다.
사실 느림이나 빠름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삶의 양식중의 하나일
뿐이지 어느 것이 진실에 가까운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 살아가면서 견디어내면서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킬 만큼의 충분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사는지 아는 사람'도 삶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미 가진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정신이 없으면 행복해 질 수 없다.
불행한 부자의 수가 불행한 가난뱅이만큼이나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견딜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차례차례 오는 타협과 단념과 평화가
진실일지도 모른다. 도면 위의 납작한 진실이 아니라, 삶이라는 입방체의
진실이란 균열을 안고 가는 안간힘이라고. 종종 어둠 속에서 깨어나면
출구 없는 진실의 이편과 저편이 보인다. 그 사이에는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이 있다. 누구나 그렇듯 나는 심연을 안고 나아가야 한다. 양쪽 날개 뼈가
떨어져나갈 것만 같다.”
<전경린 / 한겨레신문 / 2002.6.22 / 27쪽>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 한번 흔들리고 나면, 하는 일마다 바보 같듯이,
어떤 것에 내 마음이 흔들릴지 나도 모르겠다. 단지 살아가면서 견디어내기를
소망할 뿐이다.
며칠동안
복잡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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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에 참석 못해서 죄송합니다.......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