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요.
목사님 덕분에, 뜻하지 않게 남은 교회에서 글을 열고 글을 닫게 되네요.
요즘은 일기도 잘 안써서, 글 쓸 기회가 흔치 않고,
글을 써야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한다는 사람에겐... 그나마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별로 정리할 글을 없지만...
전 일리노이 공대(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 Shanpaign) 전자 공학과
박사 과정을 이번 가을 학기부터 시작하구요,
하는 일은 재료 공학 쪽에 가깝습니다.
지난 일년 연구원으로 먼저 가있었는데,
그 때 한 일은 실리카 sphere를 만드는 일이었지요.
양반김 뜯었을 때, 거기 있는 실리카 겔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
그걸 마이크로 크기로 균일하게 만들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만들었고... 아직 다 완성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것은 나노크기(대략 머리카락 굵기의 만분의 일~ 백분의 일 정도)되는
집적회로를 살아 있는 세포안에 주입해서 회로에 달려있는 센서로
세포안의 상태를 살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집적 회로 대신 실리카 sphere를 넣어서 레이저로 움직여보는 일 중,
거기 넣을 실리카를 만든 것이었지요.
예전엔 마이크로가 무슨 신비의 언어인양 여러가지 이름짓기에 썼던 때가 있었지요.
'마이크로 샤프' 등등... (생각이 잘 안나는구요.)
규소판 위의 집적회로 하나의 크기가 마이크로(만분의 1 센티미터)정도 되었고, 그것은 그 전의 부피 큰 진공관을 대신해 일대 혁명을 이뤄냈으니깐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
지금의 기술은 나노(천만분의 1 센티미터)로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크기 줄이기가 아닌, manufacturing(제조)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의 물건, 혹은 물질 만들기의 방식이 자르고, 깎고, 붙이고... 하는 큰 것에서 원하는 작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음에 반해, 나노 테크에선 원하는 물건을 원자 혹은 분자 단위에서 쌓거나 붙여서 만듭니다. 쌓거나 붙이는 것도 원자나 분자간에 존재하는 인위적, 자연적인 힘을 이용한 self-assemble(자가제조)의 방식을 쓰는데, 이것은 다름아닌
우리 생명체의 제 몸 형성 과정과 일치합니다.이런면에서 나노테크는 바이오테크(생명 공학)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이 이런 길입니다.
어릴 때 알던 동네 친구를 어제, 아주 오랜 만에 봤는데요,
그 친군 제가 미대에 들어갔을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의 얘기가 너무도 공감이 되고
(만약 미대에 들어갔다면 조금은 실력없는 미대 졸업생 정도는 되었겠죠.)
저도 내가 어떻게 이 길로 접어들었나 싶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놀랄 것도 없긴 하지만)
지금의 길은 제 막연한 생각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전기 공학부는...
값싼 애국심의 호소 때문에 국산 전자 제품을 쓰는 구차함이 너무 싫었고,
일본인 싫어도 일제는 좋아한다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런 이상한 생각에서 선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연거푸 대입불합격의 고배를 연거푸 마시면서,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 저의 꿈이 미움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기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 전기 공학부 들어간 것 무지 후회도 했지만...
(무슨 잔다르크 났나요? 세상이 한 사람으로 뒤집어지긴 힘들죠... 비중을 얼만큼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말이지만, 저는 한 사람의 힘으론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
좋아하는 거 하자... 하면서, 물리학가 석사로 들어가고..
막연하게 나중의 공부 방향은 생명 탐구였음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실험실이 나노 광학을 하는 실험실이었고,
그러면서 나노와 생명 공학이 연결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유학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써놓곤, 부끄럽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
출국 준비로 할 일이 많은데다, 어제 잠을 잘 못잔 관계로... 글쓰기가 힘드네요. --;)
말이야 쉽지만,
막상 지금하는 일 가지고는 얼마나 생각(꿈?)에 다가가고 있는지 막연하고,
정말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상한 자격지심에... 이런 일들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모르겠고...
끝없는 공부인 것 같아서 지치기도 하고..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하고...
그치만, 이것이 제게 주어진 것이고..
팔다리가 아직 싱싱한 젊음의 때에 이 젊음을 부어서 해야할 일이라면,
정말 아쉽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너무도 긴글 끝에 다는 기도제목이라... 누가 저를 위해 기도해주실지 모르겠지만,
기도해주세요. *^^*
건강할 수 있도록(몸이 많이 약하거든요. )
하는 일 정말 사랑할 수 있도록(사실 하는 일이 노가다성에 가까워 정말 피곤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삶 정말 어느 한 순간이라도 기쁨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나님과 항상 동행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그분의 뜻을 찾고, 열심히 나아갈 수 있도록.
저도 멀리서, 남은 교회를 위해서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겠습니다.
사실, 남은 교회가 친구들과 나누는 중보기도의 제목이기도 했네요.
*^^*
더 잘하지 못함이 아쉽고... 아쉽네요.
미안하구요.
미안한 마음이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묻어져 나가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한다면,
여기까지가 어쩔 수 없는 저의 전부라고 한다면,
제가 조금씩 클 때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크기도 커지겠죠?
항상 주님안에서 평안한, 사랑으로 승리하는 교회이길 원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미국에서 글 또 올릴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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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8일) 5시 30분에 모입니다.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