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죠?
어제 오늘은 그다지 햇살이 강하지도 않고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같습니다.
아침에 먹으려고 오이를 씻어 자르다가 혜경이 머리를 빗겨주려고 급한 마음에
손을 제대로 씻지 못한 채 빗을 들고 머리를 만지려는 순간, 혜경이 왈,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아마 오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혜경이에게는
상큼한 오이냄새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속으로 '참 내, 바쁜데 머리 빗겨주러 왔더니, 왠 냄새타령? '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득한 옛날의 기억을 되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정아버님께서 가장 오래 하신 일은 커다란 목재소를 운영하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일학년 되어을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우린 목재소 옆에
이버지께서 손수 지으신 집에서 살았는데 유독 안방만큼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을 하게끔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저의 어머님 손에서는 늘 나무냄새가 났습니다. - 낭만적으로 들리시나요?
나무냄새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섞인 나무타는 냄새, 연기 냄새, 어쩔 때는 음식냄새까지,
어머니는 아버지 일을 도와야 했을 뿐 아니라 가게에서 일하던 일꾼들 뒷바라지에
몸이 허약했던 둘째 언니때문에 늘 신경을 쓰셔야 했고 제대로 전기기구가 갖추어지지
않던 부엌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셔야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학교 갈때면 일하다 말고 - 대충 행주에 손을 닦고는- 옷을 만져주시고
머리를 만져주시고 어쩔 때는 손을 꼭 잡고 학교가 보이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것이 엄마만이 해 줄 수 있는 '사랑' 이었다는거,
그것이 나를 '사랑'하기 떄문에 그랬엇다는 것을 ...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손에 배어있는 냄새가 참 싫었습니다. 크림을 제대로 바를 시간도 없어서
늘 거칠엇던 손이 참 싫었었습니다.
요즘 친정에 가면 엄마의 거칠고 거친 손을 물끄러미 보면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 오랜 세월동안 내가 ,, 어리석게도 모르고 지나쳐버렸던
엄마의 속마음을 이해하려고 , 또 알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과연 내가 우리 엄마만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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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