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은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있어 노년에 낳은 사랑하는 독자이며, 두 부
부의 전 생애의 의미와 가치와 소망인 하나님 나라의 약속의 불씨가 꺼지
지 않고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과 신실하심에 의하여 그 언약이 반드시 이루
어질 것을 확인 받은 기쁨이었다.
그랄에 거주하는 동안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자라는 칭찬을
듣게 된다. 이방인 앞에서 책망을 받으며 구차한 변명을 해야 했던 비겁하
고 비참한 아브라함이 이제 바로 그 아비멜렉으로부터 “하나님께서 모든
일에 함께 하시는 사람”으로 인정 받게 된 것이다(창 21:22,23).
이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고자 하셨다. 이 시험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잘 알고 계시기에 치뤄지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통하여 아브라
함은 자신의 믿음의 내용과 순종의 목표를 확인하고 분발하여 하나님의 사
람으로, 믿음의 사람으로 살게 된다. 과연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낳는다(롬 5:3-4).
시험의 구체적 내용은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모리아 땅의 한 산에서 번
제로 하나님께 드리라”는 것이다. 이삭은 아브라함의 후사로서 하나님 나
라를 이어갈 자이므로 이삭을 잃는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과 소
망이 무의미해짐을 뜻한다. 아브라함의 삶의 의미와 목적이 상실될 수 밖
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브라함이 경험한 하나님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매고 종복 둘과 아들 이삭
을 데리고 또 번제에 쓸 나무를 패어 준비한 다음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곳
으로 떠난다. 아브라함이 바로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고 하는 것
을 단순히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다고 보는 것은 충분치 않다. 그가 밤사
이 의혹과 번민과 갈등 속에서 고민하고 기도했는지를 기억하자. 믿음은 생
각하는 것이다.
장작을 지고 가던 이삭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불과 나무는 있
는데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어요?” 아브라함은 조용히 그러나 확신있
게 이삭에게 대답합니다.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
히 준비하시리라”. 이 대답은 어느 정도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마음을 알
아 차린 것을 말합니다. 특히 히브리서 11:17은 ‘아브라함이 시험을 받을
때에 믿음으로 이삭을 드렸다”고 합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의 내용은 구체
적으로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께서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실 수 있다는 믿음이다(우리가 경
배하고 돌아 오리라, 창 22:5). 히브리서 11:19은 아브라함이 하나님께서
죽은 자를 살리실 수 있다고 믿었으며 또한 사실 비유컨대 그는 이삭을 죽
음에서 돌려 받았다고 말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은 믿음”을 평생 배우고 설득당했다.
아브라함은 “여호와 이레”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브라함이 믿음
의 해결을 얻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이 곳까지 왔고 그 믿음으로 이
삭의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번제 양을 준비하
시리라”는 믿음을 아브라함은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아브라함의 믿음을 지
나치게 과장하여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구체적으로 다 알고 있었다고 말
하기는 어렵다(시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마음을 더
욱 더 분명히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서 마련하실 어린 양, 궁극
적으로는 바로 이 산에서 제물로 드려질 그리스도에 대한 어떤 믿음과 기대
를 포함하였다고 할 수 있다(이 제사 의식은 이삭이 불과 나무를 언급하면
서 번제 양을 떠 올릴 만큼 익숙한 것이었다. 창 15장, 16장 참조). 그러면
서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죽은 자를 살리실 수 있으므로 이 아이와 맺은 언
약을 지켜 내시고 이 아이를 통하여 큰 민족을 이루실 것을 의심치 않았
다. 이삭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약속의 원인이시며 내용인 것을 믿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장소에 제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 놓
고 이삭을 결박하여 제단 장작 위에 놓았다. 아들을 죽이기 위해 손에 칼
을 잡았다. 마음으로는 이미 아들을 죽인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하늘의
천사가 외쳐 가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아무 일도 그에게 하
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
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고 하셨다. 아브라함의 믿음과 경
건의 목표와 내용은 점검되고 정돈되었다.
하나님께서 왜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명령하셨는가? 하나님께서 친히
수양을 준비하셔서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이삭을 대신하여 최초에 명하신 대
로 번제를 드리게 하신 것은 시험의 목적이 아브라함의 연단을 넘어선 그
무엇이 있는 것을 알게 한다.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는 명령은 진지한 명령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처음부
터 이삭 번제를 수양의 번제로 대체할 의도를 가지고 계셨다. 아브라함의
경건과 믿음을 연단하시려는 하나님의 의도는 더욱 깊은 것이었다. 아브라
함의 전적 헌신을 의미있게 하고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 근거와 토대에 대하
여 알리실 일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삭은 번제로 드려져야만 했다. 이삭은 죽어야만 했다. 아브라함이 믿
은 대로 이삭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야 했다. 만일의 경우 죽는다
해도 살아 날 것이다가 아니라 반드시 일어날 일로 이삭은 죽어야 했고 다
시 살아나야 한다. 이삭을 대신하여 피 흘려 죽은 수양의 죽음이 결국 이스
라엘 역사를 통하여 모리아산 예루살렘 성전에서 흘려질 모든 희생제물의
피,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내다보게 되므로, 수양의 죽음은 결
국 모든 믿는 자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 안에서 함께 죽고 함께 연합하
는 영적 원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비유컨데 죽은 자 가운데서 이삭을 도
로 받은 것이라”(히 11:19).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과 경건을 시험하시면서 하나님 나라의 유일
한 상속자인 이삭을 죽이는 것으로 시험하신 것은 그의 믿음과 경건 그리
고 그 믿음의 내용인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 토대가 바로 그리스도의 죽음임
을, 그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것임을 보이려 하신 것이다. 아브라함의 믿
음과 경건은 예수 안에서만 의미있고 가능하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축복의 말씀을 확인해 주시면서(창 22:16-18) 아브
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결과로 이 축복을 주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에 주목하자. 예수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아브라함의 순종은 뗄 수 없는 관
계이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그리스도의 은혜에 대한 믿음이므로 이 믿음의
열매로 나타난 그의 순종의 행위는 그리스도의 은혜가 아브라함에게 이룬
결과이기에 아브라함의 믿음과 순종은 분리될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으로 갈 바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본토와 친척과 아비집을 떠나게 하셨고(창 12),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칭의의 은혜를 주셨으며(창 15),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는 요구 앞에 서게 하셨고(창 17), 이 믿음과 순종을 연
단하여 견고히 세우셨다(창 22). 이것이 나그네 된 우리의 모습인 것을 기
억하고 감사와 충성, 인내와 순종의 삶을 살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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