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그리스도의 사역을 설명하기 위하여 로마서에서 “의”를 사용한다
(의로운 7, 의 33, 의롭다 15).
기본적으로 의로움은 관계의 개념이다. 자신이 맺고 있는 어떤 인격적 관
계에 의해 자기에게 주어지는 요구를 이행한 자는 의롭다. 의는 인격적 윤
리적 특성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어떤 인격적 관계의 충실을 뜻하는 용
어이다.
의로움은 하나님이 인간의 행위에 대해 정하신 표준, 규범이다. 의로운 사
람은 하나님이 판단하시기에 신적 표준을 충족시키는 자이며 하나님과 바
른 관계에 있는 자로 인정된 자이다.
유대교에 있어 의는 자기 중심적이며, 그래서 위선적(적극적 실천 보다는
금지)이다. 그러나 바울은 “하나님께서 경건치 않은 자를 의롭다고 선언하
셨다”(롬 4:5)고 확증한다. 구약성경 시대의 재판관이 악인을 의롭다고 하
거나 사면한다면 이는 그 자신이 불의한 재판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바울
은 하나님께서 불경건한 자를 의롭다고 선언하신 바로 그 행위를 통하여 자
신의 의로움을 보이셨다고 단언한다(롬 3:26). 이 무죄 선언은 율법의 행위
와 전적으로 무관하게 이루어 진다(롬 3:20). 바울이 많은 유대인과 갈등
을 빚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
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에서 하나님의 의
는 “하나님의 진노”(18)와 대조되는 단어이다. 하나님의 진노는 죄를 향
한 하나님의 반응이다. 진노는 하나님이 죄인들을 어떻게 보시는가를 표현
하는 말이다. 우리도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다(엡 2:3). 마찬가지로 “하나
님의 의”는 하나님이 믿음의 사람을 바라보시는 방식이다. 바울은 유대교
의 잘못을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
를 복종치 아니하였느니라”(롬 10:3) 라고 책망한다. 하나님께 인정 받기
위해 애썼던 유대인들의 잘못된 열심은 의가 하나님께 오는 것임을 망각하
고 있다.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창
15:6).
바울이 의는 기본적으로 종말론적인 진리이다. “누가 능히 하나님의 택하
신 자들을 송사하리요?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
(롬 8:33) 에서 바울은 종말론 적인 심판의 날을 생각하고 있다. 하나님이
마지막 날에 무죄와 의로움을 선언하실 때 어떤 고소도 인간을 능히 정죄
할 수 없다. 바울은 이 종말론적인 사건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의해 역사 속
에서 이미 발생했다고 전한다. 우리는 이 의를 지금 여기서 누리고 있다.
칭의의 근거는 율법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예수의
죽음은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최고의 현현이다(롬5:8). 그리스도
의 십자가 죽음은 하나님이 의로우시다는 선언이며, 예수 믿는 자를 하나님
이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것이다.
개인에게 칭의를 유효화 시키는 수단은 믿음이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
로 산다”(롬 1:17). “그러나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
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
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
(롬 3:21,22). 하나님은 “예수를 믿는 자를”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분이시
다(롬 3:26).
의가 행위에 의해 획득된다면 의는 하나님이 아닌 인간에게서 오는 것이
라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율법을 오용하였다. 율법을 통해 자신들의 죄악
성을 들여다 보고 하나님의 자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율법
을 인간적인 자기 의의 토대로 삼았다. 결국 이런 태도는 하나님께 용납될
수 없는 어떤 자랑으로 귀결되었다(롬 2:17). 자랑은 하나님의 은혜를 막
는 장벽을 쌓는 행위이다.
칭의의 명백한 결과는 죄를 사함 받는 것이다. 하나님께 옳다 여기심을 받
는 것이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며 모든 사람을 얼마든지 이 은혜에 동
참케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이제 우리로 화목을 얻게 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
님 안에서 또한 즐거워 하느니라”(롬 5:11). 모든 어그러지고 적대적인 관
계는 회복되었다. 감사와 충성, 순종과 인내, 사랑과 용서가 있을 뿐이다.
칭의의 결과는 영생이다.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은 자들이 한 분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시리라”(롬5:17)는 말씀
은 종말론적인 메시아 왕국 안에서의 삶이다. 지금 우리가 오늘 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칭의의 결과는 신자로서 살아가는 삶과 관계 있다. “너희가 죄의 종이 되
었을 때는 의에 대하여 자유하였느니라”(롬 6:20). 그러나 지금은 “죄에
게서 해방되어 의(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올바른 행동)에게 종이 되었다”
(롬 6:18). 우리는 죄를 거절하며 절제한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
명의 성령의 법”(롬 8:2)을 통해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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