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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 가운데 제 외할머님의 장례순서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외할머님을 자녀 삼으시고 하늘나라에서 영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양을 드립니다.
또한 제 외할머님의 장례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례하여 주신 정 목사님께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낯선 가족들 중에 계셔서 조금은 쑥스러워(?) 하시는 모습이셨지만, 고린도전서 15장을 본문으로 주신 말씀 속에는 부활의 소망과 확신을 담은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와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며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는 강한 권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 제 이모 고혜경 집사의 건강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바로 그 시간, 관상동맥 풍선 확장술을 받기로 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던 이모가 예상보다 동맥의 막힌 정도가 작아 시술을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과가 나와서, 목사님의 기도에 확실하고 신속하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신 외할머님은 교사이신 어머니 대신 저를 돌보아주신 분이기 때문에 어머니만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입니다.
저녁 늦게까지 밖에서 놀고 있으면 "진호야! 밥 먹어라" 외치며 골목을 도시고, 친구들과 집에서 있을 때도 저만 따로 살짝 부엌으로 불러 음식을 먹이곤 하셨습니다. 학교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닭도 잡아주시고, 비오는 날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 후문까지 우산을 갖고 와 기다리기도 하셨습니다. 어머니날, 어머니 대신 학교 재롱잔치에 오시고, 집에 돌아와서는 짜장면도 시켜주시고 영화 보라고 용돈을 쥐어주시던 할머님이십니다. 꾸중 대신 칭찬과 한없는 사랑만 주신 할머님이십니다.
학생 때, 다른 종교를 갖고 계신 할머님이 구원받지 못하실까 두려워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목사님께도 어찌하면 좋을 지 상담을 드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이모들이 신앙을 권하면 할머님께서는 "내가 너희들 교회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듯이 나에게도 강요하지 말라"고 완고하게 거부의사를 밝히곤 하셨습니다.
참 안타까왔지만 할머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는 것 같아 저도 적극적으로 말씀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치매 증상이 조금씩 생기신 할머님께서 막내 이모의 인도로 교회에 가끔 나가시더니 목사님 말씀이 좋다 하시고, 정신이 맑으실 때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읽곤 하셨습니다.
한달여 전, 심부전으로 춘천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을 때, 춘천까지 먼 길을 마다않고 오신 정 목사님의 집례로, 외할머님께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목사님 말씀을 알아들으시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합니다.
할머님의 구원은 어린 시절부터의 숙제였고 기도 제목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시간과 방법으로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혼자 있는 시간에는 ‘진호야!’ 부르시는 할머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고, 바쁘다는 핑계로 받은 사랑을 갚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신 그리스도 예수로 말미암아 부활한 할머님과 기쁨으로 다시 만날 그날을 소망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진실한 모습과 조용하지만 강한 말씀으로 할머님의 가시는 길을 지켜주시고 주님께 인도해 주신 정 목사님과,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주신 남은교회 성도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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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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